전시
장소
옛 함외과의원
옛 함외과의원은 일제강점기 당시 강릉에서 설립된 최초의 병원 중 하나로, 당시 의료 불모지였던 강원도 지역에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의미 깊은 공간이다. 병원을 설립한 함태원 원장은 강릉 지역의 의료와 교육 발전에 헌신한 인물로, 강원도의사회 출범 당시 회원으로 참여해 지역 의료 환경 개선에도 힘썼다. 이처럼 함외과의원은 강릉과 강원도 지역 사회의 건강과 복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역사적 산물이다.
강릉시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이 공간을 매입했고, 이번 페스티벌의 전시 공간 중 하나로 활용됐다. 이 공간의 역사적 맥락을 바탕으로 현대 미술을 통해 ‘치유’라는 개념을 다층적으로 탐구했다. 병원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공간으로, 학문적 관점에서는 의사가, 전통적 관점에서는 세습무와 같은 주술적 존재가, 예술적 관점에서는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치유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이 다양한 치유의 의미를 예술적으로 재조명하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함외과의원이 오늘날 어떤 치유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질문한다.
이해민선은 과거 어느 병원에서 수거한 폐 깁스를 작업의 매개로 삼아 한때 몸을 감쌌던 사물의 잔존성과 공간에 남은 흔적을 묶어냈다. 깁스는 작가의 손을 거치며 몸이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시간과 기억을 상기시키는 치유의 오브제로 재구성됐다. 키와림은 손님에게 차를 내어주며 티 테라피를 하던 공간에서, 직접 커피와 차를 내려 마시며 워크숍을 진행했다. 과거의 환대 정신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와 참여자가 직접 소통했다. 강릉대도호부 관아에서 전통 설화와 신화를 바탕으로 한 사운드 설치를 선보인 안민옥은 옛 함외과의원에서는 그중 오대산 노인봉 설화를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풀어내며 이야기를 확장했다.
비록 함외과의원은 오랫동안 비어 있었지만 여전히 지역 의료사와 개인의 기억이 얽힌 장소다. 한때 이 공간을 채웠던 삶의 흔적이 사라진 자리를 작품과 관람객들이 다시 채웠다. 예술은 이 공간에 남겨진 시간과 기억의 층위를 불러내며, 과거의 치유가 현시대에 어떤 형태로 되살아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해민선
키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