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참여작가
- 〈싱코페이션 #5〉, 2025, 3채널 4K 디지털 비디오와 1채널 항아리 조명 설치, 컬러, 사운드, 혼합 매체, 17분 21초, 가변 크기.
- 〈싱코페이션 #5를 위한 연기 드로잉〉, 2025, 수채화 종이에 그을음, 42×30 cm.
정연두는 사진과 영상 매체로 시간, 기억, 역사 속 서사를 고찰한다. 이번 신작 〈싱코페이션 #5〉는 강릉 단오제에서 마주한 풍경을 통해, 인간의 염원과 불가항력적 자연이 교차하는 순간을 담아낸다. 작품을 이끄는 음악은 임지선 작곡가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디아스포라’로, 이 곡은 ‘한 오백 년’, ‘신고산 타령’ 같은 민요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포로가 된 고려인의 노래 ‘만났도다, 국문뒷풀이’를 재해석해 탄생했다.
작가는 ‘보이싱(Vocing, 피아노 음색을 바꾸기 위해 해머를 조정하는 과정)’ 작업을 거치지 않은 피아노 연주를 통해 ‘목소리(Voice)’의 부재를 강조하며, 들리지 않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작품에 등장하는 피아노 두 대 중 하나는 현이 제거된 상태로 촬영해, 현이 없는 피아노 건반이 만들어 내는 둔탁한 소리가 마치 심장 박동처럼 들려오다가 마침내 항아리 속 빛으로 전환되어 발화한다.
영상 속 화면에서는 단오제의 풍경에서 양간지풍이 휩쓴 산불 피해 지역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5월 모내기를 하는 손길은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연결되며, 강릉단오제에서 시민들이 모은 쌀은 신주(神酒)가 되고 막걸리로 빚어져 제례에 오른다. 작가는 이 모습을 신주에 담긴 염원의 흐름을 따라가며 카메라에 담아낸다.
작가에게 자연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지속된다. 인간의 염원과는 상관없이 자연은 여전히 불규칙하고 형언할 수 없는 모습으로 존재한다. 단오제에서 염원을 담은 손길과, 소리 없는 피아노를 두드리는 손이 교차하는 장면은, 인간과 자연의 경계에서 만들어지는 흔적을 따라간다. 이 작품은 쌀 한 톨을 수확하기 위해 염원을 담아 비는 손, 소리 없는 피아노를 두드리는 손 등을 추적하며, 우리의 역사와 기억,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어루만지고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손을 바라보며 자연과 인간, 시간이 만들어낸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정연두(b.1969)는 퍼포먼스가 직·간접적으로 등장하는 사진, 영상 등의 미디어 작업에 주력해 왔습니다. 시각예술과 퍼포먼스, 공연과 영화의 맥락을 넘나드는 복합 매체 작업을 통해 이질적인 문화 환경을 접합하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서로 다른 시공간의 인물들을 연결하거나, 다큐멘터리와 픽션, 개인과 사회를 접속시키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는 시, 음악, 연극의 언어를 경유하면서 현실을 새롭게 조망하는 태도를 탐구해 왔습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백년 여행기》(국립현대미술관, 2023), 《여기와 저기 사이》(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0), 《지금, 여기》(페리지 갤러리, 2019), 《夕立 – Between Day & Night》(코마고메 소코, 도쿄, 일본, 2018), 《Yeondoo Jung: Behind the Scenes》(노턴미술관, 웨스트 팜비치, 미국, 2017) 등이 있으며, 주요 단체전으로는 《모든 섬은 산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30주년 특별전시》 (베니스 말타 기사단 수도원, 이탈리아, 2024), 《The Shape of Time: Korean Art after 1989》 (필라델피아 미술관, 미국, 2023), 《한국현대미술: 태평양을 건너서》 (주멕시코 한국문화원, 멕시코, 2022) 등이 있습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momorashi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