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참여작가
- 〈Sweet & Sour〉, 2021-2022, 3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21분 57초.
아르메니아 집단학살(1890–1916)은 오스만 제국 내 아르메니아계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인 학살 행위다. 20세기 최초의 집단학살로도 불리며 1915년 봄부터 1916년 가을까지 약 66만 명에서 120만 명에 이르는 아르메니아인이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에서 태어난 3세대 아르메니아계 사진작가 흐라이르 사르키시안은 이 참극의 서사를 가족 안에서 물려받으며 자랐다. 그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현재 터키에 속한 사순Sasoun 지역의 한초릭(Khantsorig, ‘작은 사과’라는 뜻) 마을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23년에 촬영된 사순 지역의 사진이 그의 집 안에 걸려 있었고 이는 그의 가족이 역사를 기억하는 장치로 후손에게 전해 내려왔다. 아르메니아인의 상상 속에서 사순은 창조 신화와 전설, 혁명가들의 노래가 태어난 장소로 여겨졌고 지금도 그러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사르키시안은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의 기억을 가족의 개인사와 연결해 조망하는 영상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 〈Sweet & Sour〉는 그의 가족의 사적인 기억 속 기원을 직접 추적한다. 네덜란드 보네판텐 미술관Bonnefanten Museum의 커미션으로 제작한 이 작품은 세 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 그는 한초릭을 찾아가 낯설지만 익숙한 풍경을 직접 촬영했다. 이어 다마스쿠스로 이동해 그 영상을 한 번도 고향을 본 적 없는 아버지에게 보여주었다. 이 장면은 아버지의 얼굴에 떠오르는 복잡한 감정의 흐름을 포착하며 말로 전할 수 없는 기억의 조각들을 담아내고, 마지막 화면에서는 사르키시안이 조상의 땅을 응시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세대를 가로지르는 정서와 기억을 시각화하고, 부재와 침묵 속에서 집단적 상처를 드러내며 잊힌 역사와 정체성을 이미지로 되불러온다. 이렇듯 〈Sweet & Sour〉는 개인적 기억과 집단적 역사, 가족 서사와 민족의 정체성이 교차하는 접점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사르키시안은 침묵 속에 오랫동안 잠겨 있던 존재의 흔적을 탐색한다. 그는 전쟁과 이주가 남긴 상처를 포착하며, 잃어버린 것들을 사유하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불러낸다. 그의 작품은 그렇게 잊힌 삶들과 사라진 존재들의 증인이 된다.
흐라이르 사르키시안(b.1973)은 아르메니아계 시리아인 3세대 작가로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작업을 소개했다. 작가는 개인 가족사와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의 기억을 사진과 영상 매체로 탐구해 온 작가다. 그는 다마스쿠스에서 아버지의 사진관을 도우며 사진의 기초를 익힌 그는 이후 가시성과 비가시성의 경계, 단절된 기억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으로 작업의 폭을 넓혀왔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흐라이르 사르키시안은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을 가족의 기억과 연결해 다룬 설치 작품 〈Sweet & Sour〉을 선보였다. 세 장면으로 구성된 작품은 조상의 땅을 방문하고 그 기록을 아버지에게 보여주는 과정을 통해 세대 간 이야기를 시각화했다. 작품은 개인적 서사와 집단적 역사가 교차하는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부재와 침묵으로 남은 기억을 이미지로 되살렸다.
작가의 주요 개인전으로는 《Other Pains》(울버햄프턴 미술관, 울버햄프턴, 2025), 《The Presence of Absence》(사진뮤지엄, 코펜하겐, 2024), 《The Other Side of Silence》(보네판텐 미술관, 마스트리흐트, 2022), 《Hrair Sarkissian: The Other Side of Silence》(샤르자 파운데이션, 샤르자, 2021), 《FOCUS: Hrair Sarkissian》(포트워스 현대미술관, 텍사스, 2020), 《Back to the Future》(카리스페치아 파운데이션, 라스페치아, 2015) 등이 있으며, 테이트 모던, 뉴 뮤지엄, 모리 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작가는 제14회 샤르자 비엔날레 《Leaving the Echo Chamber》(2019)에서 작품을 선보였고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All The World’s Futures》(2015) 아르메니아 국가관 대표 작가로 참여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그는 현재 아랍 이미지 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