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참여작가

김재현 KIM JAE HYEON

  • 〈써클 트래킹〉, 2025, 현수막에 인쇄, 총 5개의 테마(제의, 상, 신목 모시기, 원, 길), 180×450 cm (30)

김재현은 이번 작업에서 개인의 서사와 장소의 변화가 겹치는 지점을 시각화한다. 강릉에서 나고 자란 작가는 성인이 된 이후 서울에 거주하며 고향 강릉을 방문할 때마다 변화해가는 도시의 모습과 자신의 기억 사이에서 미묘한 간극을 체감했다. 그에게 강릉은 더 이상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고향이 아닌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여정의 출발점이다. 이번 페스티벌에 선보인 작품들은 ‘순환’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변화한 장소와 경험 속에서 ‘현재의 나’가 ‘과거의 나’에게 안녕을 기원하는 제의적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는 출발과 도착, 시작과 끝이 단절되지 않고 이어지고 반복되는 구조 안에서 자신이 살아온 장소와 시간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한다.
강릉역에 설치한 <써클 트래킹>은 애니메이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회화 연작이다. 작가는 강릉 단오제의 산신제와 신목 모시기에서 착안, 강릉이라는 장소의 토착성과 개인의 감정이 맞물리는 지점을 탐구했다. ‘제의’, ‘상’, ‘신목 모시기’, ‘원’, ‘길’이라는 다섯 가지 테마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각각 여섯 컷의 그림을 통해 움직임의 잔상과 레이어의 누적을 시각화했다. 애니메이션의 핵심 특성인 ‘동화動畫’를 평면에 적용해 이미지 간 흐름이 이어지도록 구성한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관람객은 작품 속 주인공의 여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된다. 사운드 아티스트 안민옥과 협업해 시각과 청각을 합한 공감각적 경험으로의 확장을 시도했다.

강릉역

  • 〈플로어 맵핑〉 2025, 현수막에 인쇄, GIAF25 장소 일러스트, 180×120 cm (16)

‘다리’는 많은 이들이 오가는 장소이자, 서로 다른 공간을 연결하는 지점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강릉역과 함께 중요한 거점으로 기능하는 창포다리는 평소에는 남대천을 가로지르는 길이지만, 강릉단오제 기간에는 강릉 시내와 단오 난장을 이어주는 길목이 된다. 나아가 사람들의 발길이 모이고 흩어지는 장소로서 이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공간들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강릉역을 이번 페스티벌의 출발 지점으로 봤다면, 창포다리는 지리적으로 여정의 끝에 자리했다. 이곳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멀리 보이는 동해의 수평선과 페스티벌 공간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창포다리에 설치되었던 김재현 작가의 작품은 페스티벌이 펼쳐지는 장소들을 하나의 시선으로 엮어냈다. 작품 속 풍경이 다리 위에 펼쳐졌고 창포다리는 전시의 마지막 순간을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공간이 되었다. 강릉역에서 출발해 창포다리에 다다른 관람객은 이곳에서 작품을 마주하며 전시의 여운을 간직한 채 여정을 마무리했다. 

창포다리

김재현(b.1994)은 강릉 출신 작가로,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 강원지역 기반 작가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작가는 현재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애니메이션, 디지털 페인팅,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 사건을 상징적인 이미지와 비선형적인 서사로 전환해 인지와 감각,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질문한다.
작가의 주요 전시로는 《마인드 홀홀홀》(빈칸 을지로, 개인전, 2023), 《WAVE TO WAVE》(피어 컨템포러리, 단체전, 2024), 《Bodyologies VIII》(오스피치오 지오반니 아르티스티, 이탈리아, 2024)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제43회 웁살라 국제 단편 영화제 비경쟁 스페셜 프로그램 부문(스웨덴, 2024), 제46회 클레르몽페랑 국제 단편 영화제 숏필름 마켓(프랑스, 2024), 제12회 파리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실험 애니메이션 부문(프랑스, 2024), 제7회 베를린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 뉴 탤런트 부문(독일, 2023)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인스타그램: @sheep_null
웹사이트: https://linktr.ee/kimjaehy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