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참여작가

이해민선 Leehaiminsun

  • 〈Duck, Drawn〉, 2025, 책 간지 종이 위에 연필, 14.6×22 cm (2).
  • 〈Feather Cuts〉, 2025, 스티로폼, 철근, 가변 크기.
  • 〈풍경파사물사적변이체 _ Good Night〉, 2021, 면혼방직 위에 아크릴릭, 38×45.7 cm.
  • 〈덜 굳은 사물 _ 쥔〉, 2025, 인화지 위에 아크릴릭, 170×120 cm.
  • 〈덜 굳은 사물 _ 주먹을 펴면〉, 2025, 인화지 위에 아크릴릭, 170×120 cm.
  • 〈Feather Cuts〉, 2025, 골드 폼, 가변 크기.
<덜 굳은 사물> 작가노트

1. 2022.02.18 깁스 수거 완료
신촌 세브란스에서 42개 _ 다리 15개. 손과 팔 26 개. 목 1 개
건양대학교 병원에서 31 개 _ 다리 13개. 손과 팔 18 개
2. 세브란스 캐스팅 실에서 커다란 청소용 비닐 두 봉지에 모아주신 깁스들을 들고 나왔다.
사람들이 보면 안 될 것 같았고 바닥에 끌어서도 안 될 것 같았다. 조심스러웠다.
3. 건양대학교 병원에서는 택배로 받았다
4. 73개의 몸. 73개의 기관
5. 작업실 냄새가 바뀌었다
6. 코로나가 여전하다. 소독약을 깁스에 더 뿌렸다
7. 며칠째 작업실에 펼쳐 둔 채 보기만 했다
8. 며칠 동안 눈에 자꾸 들어 온 손 하나를 꺼내 들어 나랑 손 크기가 비슷한 것 같아 손을 쫙 펴 포개 보다가 굽은 실루엣을 따라 손을 살짝 굽혀본다.
9. 나이도 인종도 젠더도 없다
12. 아직 ‘사물’ 이라 부를 수 없는 것들
13. 발등 쪽 과 종아리 쪽의 두 개의 면. 엄지 쪽과 약지 쪽으로 나뉘어진 두 개의 면
14. 때와 고름과 피와 털이 붙어 있다
15. 각각의 깁스에서 나는 냄새가 깁스 모두에서 나는 냄새와 거의 같다
16. 결국 장갑을 찾아 꼈다. 가위로 천을 뜯어낸다. 고름도 잘려 나가고 때묵은 얼룩도 잘려 나간다. 냄새로 인해 숨을 자꾸 멈추게 된다.
17. 사건이 점차 약해지고, 개인성도 옅어진다.
19. 이 곡선 들은 원형의 형태를 반쯤 탈락시킨 무심한 실루엣들
20. 타자의 형태
23. 석고가 굳어지려 할 때 열이 난다. 뜨거워지는 손을 양손으로 감싸 쥐어 보았다. 따뜻하다. 아직 덜 굳은 상태. 아직 사물이 아닌 것.
24. 빈 몸의 덩어리가 턱 하니 나왔는데 왜인지 이런 방식보다는 계속 주무르면서 형성되는 촉각적인 점토가 더 적당할 듯하다
25. 흰
26. 외부를 볼 것. 함부로 상상하지 말 것
27. 사물이 되는 방법
33. 실루엣이 덩어리가 되었다
34. 점토로 만든 손이 겨우 말랐다. 뭉툭한 손. 을 만지면 악수하는 것 같다.
37. 타인이 점점 사라지고 내가 들어선다
39. 취약한 곳. 취약한 몸
40. 토르소들이 잃어버린 팔을 이제 다 모았다고 한다
41. 이 현현하는 덩어리를 보고 있자니 그림을 그려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42. 나무와 나 사이. 프로타주 작업 생각난다. CAST
43. 며칠을 비워둔 작업실에 들어가니 수십 개의 몸들이 비스듬히 자고 있다
45. 하얀 손을 자주 만지작거렸더니 내 손때가 묻는다. 사물은 점점 그를 멀리 보내고 나에게 가까워진다
46. 만드는 감각과 페인팅 감각은 동시에 잘되지 않는다. 만드는 감각은 드로잉이다.
47. 포옹과 구토
48. 외각을 문지르면 나타나는 무명 덩어리
54. 신체를 통제하는 속성
55. 로울러. 내가 통제의 감각을 받아서 그려보는 것.
56. 로울러는 유화가 맞다. 끈적이는 점성이 깁스안에 오래 머물러 비벼지는 반복적 마찰감과도 어울린다
57. 추상에 대한 감각이 확장된다.
58. 로울러의 마찰에서 나오는 질감이 마치 피부가 마찰에서 벗어날 때 만들어지는 질감의 형태 같다
60. 외곽을 덩어리를 내부를 결국 외부를 빈 곳을 보면서
61. 없는 몸이 아니라 떠난 몸
62. 유추하면서 만지면서 촉각 하면서 외각을 지우면서 채우면서 허공과 다른 곳
63. 바깥은 타인
64. ‘움직이지 못하는’ 신체의 사물을 떼어와 ‘정물’ 화 하는 것
65. 오늘은 모두 실패. 이 드로잉은 감각을 화면에 두면 안 된다.
66. 드로잉에서 벗어나지 말 것
69. 다시 깁스만 그리기
70. 깁스를 그려봤더니 재미로 했던 악수 퍼포먼스를 작업의 중심으로 가져와야 겠다
72. 겉, 곁, 바깥
73. 고요한 곳이었다

이해민선(b. 1977)은 도시의 지도를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그리는 작업에서 출발해 황량한 사물과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온 작가다. 2000년대 이후로는 한국 사회에서 취약한 개인이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며 사물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회화 작업을 통해 개인의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왔다. 작가는 사회의 변화와 현실 속에서 한 개인으로 살아가는 존재의 위태롭고도 끈질긴 생존을 그리며 작고 연약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존재로서 개인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파고든다. 그는 회화를 통해 내면의 사유와 성찰이 머무는 공간을 구축해 나간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이해민선은 과거 한 병원에서 수거한 폐깁스를 작업의 재료로 삼아 한때 신체를 감쌌던 사물의 잔재와 공간에 남은 역사를 엮은 커미션 작품 〈덜 굳은 사물_쥔〉, 〈덜 굳은 사물_주먹을 펴면〉을 포함해 총 6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깁스는 작가의 개입을 통해 신체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시간과 기억을 환기하는 치유의 매개체로 전환됐다.

작가가 참여한 주요 개인전으로는 《디코이》(페리지 갤러리, 2021), 《야외》(갤러리 소소, 2018), 《덩어리》(플레이스 막, 2017), 《살갗의 무게》(합정지구, 2015) 등이 있으며, 주요 단체전으로는 《Nostalgics on realities》(타데우스 로팍 서울, 2024), 《불타는 집》(에스더 쉬퍼 서울, 2024), 제4회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너희가 곧 신임을 모르느냐》(대전시립미술관, 2024), 《누구의 숲, 누구의 세계》(대구미술관, 2023), 《제10회 종근당예술지상》(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23), 《철-인》 (F1963, 2018), 강원국제비엔날레 2018《악의 사전》(2018), 《B컷 드로잉》 (금호미술관, 2017),《서울 바벨》 (서울시립미술관, 201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