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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강원도민일보 250401] 대관령 깊은 주름 사이 전설들, 오늘 꿰어 내일로 흐르는 미술2025-04-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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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302271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20일까지 대도호부 관아 등 7곳
단오굿 속 ‘에시자 오시자’ 주제
김재현·안민옥·키와림 작가 등강원기반 아티스트 선발 지원
역사·지리 예술적 서사로 확장
올해 끝으로 격년제 축제 운영
안현동에 복합문화공간 조성도

대관령의 깊은 주름과 광활한 풍경 사이에서 탄생한 이야기들이 바람이 되어 불어온다. 큰 ‘령(嶺)’을 넘어온 사람과 바람, 그리고 단오제를 통해 자연과 조화를 이뤄온 공동체의 역사가 강릉 곳곳에 미술로 앉았다.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이 최근 강릉 일원에서 개막, 오는 4월 20일까지 열린다. 2022년을 시작으로 3회째를 맞은 올해 페스티벌의 주제는 ‘에시자 오시자’. 대관령의 바람을 타고 전해져 온 구음이다. 강릉이 가진 지정학적 특성을 인문학적 경험으로 확장, 예술적 서사를 이끌어 온 이 페스티벌은 올해도 ‘대관령’의 장소·정서적 상징성을 중심에 뒀다. 어제에서 오늘을 꿰어 내일로 흘러갈 오랜 이야기들이다.

▲ 최근  강릉 카페 오뉴월에서 열린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기자간담회 모습.
▲ 최근 강릉 카페 오뉴월에서 열린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기자간담회 모습.

■ 구음 속 주제의식

주제 ‘에시자 오시자’는 강릉단오굿에서 나오는 구음 중 하나다. 굿의 흐름을 조율하면서 집단의 에너지도 고조시키는 요소다. 강릉국제페스티벌은 구음이 가진 ‘초대’의 의미에 집중했다. ‘하늘과 땅 위의 모든 존재를 초대한다’라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페스티벌 안팎의 다양한 사람들의 조화를 이끈다.

주제는 시공간과 대상에도 경계가 없다. 대관령을 오갔던 바람과 구름, 쌓여온 이야기와 기억, 산새들과 야생화, 이끼와 먼지들이 모두 포함된다. 이들을 휘감아 온 신비로운 전설들을 현대 예술로 풀어내는 시도다.

주제 선정은 박소희 예술감독의 경험에서 나왔다. 2년 전 대관령 초입 어흘리라는 마을을 갔을 때 한 부녀회원이 “령 넘어왔느냐”는 질문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박 감독은 “강릉 사람들이 ‘령’의 존재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게 된 것이 신기했다. 바다보다 훨씬 크고 높고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령’의 존재를 페스티벌 장소와 전시 등에 이미지로 녹였다”고 밝혔다.

강원지역 작가 공모로 김재현·안민옥·키와림(김기훈×김들림 컬렉티브) 작가를 선정, 지역 서사를 각자의 언어로 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도록 했다. 또 서다솜·윤석남·이양희·이해민선·정연두·호추니엔·홍이현숙·흐라이르 사르키시안 작가가 이 주제 아래 전시에 함께 한다.

■ 장소 역사성 활용

주제 극대화를 위해 강릉의 역사와 오늘이 녹아있는 여러 공간을 장소로 채택했다.먼저 강릉대도호부 관아에 가장 많은 작품이 놓였다. 여성미술의 개척자 윤석남 작가의 설치미술을 비롯해 안민옥 작가가 단오장 소리 채집으로 만든 사운드 작업 ‘럭키 헤르츠’, 홍이현숙, 흐라이르 사르키시안 작가의 영상을 통해 역사적 공간과 현대 예술을 연결한다. 안 작가는 오대산 노인봉, 노추산 모정탑길 등을 소재로도 작업했다.

일제강점기 설립된 강릉 첫 병원 중 하나인 옛 함외과의원에서는 이해민선·키와림 작가가 이곳의 역사를 이어 예술의 치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해민선 작가는 신작 ‘덜 굳은 사물’을 통해 폐 깁스와 공간을 연결했다.

교통의 요충지 강릉역에서는 강릉 출신 김재현 작가가 산신제를 소재로 만든 신작 애니메이션 ‘써클 트래킹’을 볼 수 있다. 김 작가는 창포다리에도 페스티벌 장소들을 연결한 작업을 전시, 페스티벌의 흐름을 잇는다.

1957년 지어진 옛 한옥을 개조한 ‘일곱칸짜리 여관’에서는 서다솜 작가가 ‘도깨비’를 활용한 작품 ‘있는 없는’을 통해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물품 보관장소 등으로 쓰이던 동부시장 근처 유휴공간옥천동 웨어하우스도 지난 해에 이어 전시장으로 활용, 정연두 작가의 작품이 놓인다. 강릉단오제에서 본 풍경을 바탕으로 한 신작 ‘싱코페이션 #5’이다.

호추니엔의 작품은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 상영되고, 강릉 최초의 교회였다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이고 있는 작은공연장 단에서는 이양희 작가의 산조와 입춤 공연, 영상이 함께 한다.

■ 복합문화공간 조성도

개막과 함께 카페 오뉴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박필현 파마리서치문화재단 이사장과 박소희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감독, 참여 작가들이 페스티벌의 비전 등을 공유했다.

박필현 이사장은 “강릉은 풍부한 역사와 자연, 감성적 예술이 어우러진 예향의 도시”라며 “지역 문화유산과 자산을 알리고 예술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페스티벌이다. 올해는 한층 더 깊고 확장된 예술적 시도를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과 관객의 예술적 경험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한만큼 단순 전시를 넘어 예술과 자연, 역사와 사람이 어울렸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를 끝으로 페스티벌은 격년제로 열린다. 도시 곳곳의 전시장소를 발굴·활용한 것과 달리 거점 공간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은 강릉 안현동에 복합문화예술공간 조성을 준비중이다. 2027년부터 이곳을 중심으로 페스티벌을 연다는 계획이다. 박필현 이사장은 “국내외 예술가들이 어울리는 창작의 장, 시민들이 새로운 영감을 얻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기간 주요 전시 장소와 유적지를 탐방하는 ‘시티도슨트 & 가이드’, 어린이·청소년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파마리서치의 리쥬란 팝업스토어, 강원기상청과 협력한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 등도 운영된다.

김여진·이연제  beatle@kado.net